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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포터블 축음기 - "His Master's Voice"강바람의 일상 2020. 2. 5. 10:31
2007년, 회현지하상가에 갔다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포터블 축음기를 하나 사고 말았습니다.
포타블 축음기는 "His Master's Voice" 라는 상표로 1930년대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가방식 축음기이며 다소 과장해서 말하면 당시 집한채 정도의 높은 가격이었다고 하네요.
가방형이니 크기는 다소 작은편이나 외관이 깨끗한데다 성능도 뛰어나서 마치 전기를 이용한 스피커처럼 소리가 컷습니다.
판매인의 얘기로는 영국에서 건너왔는데 족히 80년의 긴 역사와 함께 가방식은 희소하여 소장가치가 뛰어나다는 겁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살펴보던중 놀랍게도 축음기 내부에서 흑백사진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진을 세세히 살펴본바에 의하면 영국인으로 보이는 중년 신사가 의자에 앉아 축음기를 무릎에 올려 놓은채 헝겊으로 정성스럽게 닦는 모습을 기념으로 찍어둔 사진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유명 상표에다 무척 고가품이었으니까 애지중지하였겠지요.
생각해보면 축음기의 주인이 당시 40세였다고 한다면 어언 9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130살이나 되네요.
앞으로 저는 고인이 그리 해왔던 것처럼 깨끗한 면헝겊을 마련하여 조석으로 닦고 기름치고 어루만지려 합니다.
오랫동안 이 기계에 애정을 쏟으며 애지중지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제 본분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조석으로 기계만 만지작대면 안방마님이 무지 싫어할텐데 그게 걱정이라면 걱정이겠지요.
사진 뒷면에는 펜으로 무어라고 써둔 것이 있는데 가까스로 해석을 해본 결과,
"Alan playing his gramophone as a sublieutenant" --- "해군 중위 시절에 그의 축음기를 조작하고 있는 알렌"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보아 본 축음기의 원 주인은 (추정이지만 영국인) 알렌이고 직업은 해군 장교로서 중위일때 본 사진을 찍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짧게 깎은 머리에서도 그의 직업이 군인이라는걸 느끼게 되네요. ㅎㅎ'강바람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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