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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의 추억이 듬뿍 담긴 낡은 괘종시계강바람의 일상 2022. 3. 9. 10:01
어릴때의 추억이 듬뿍 담긴 오래된 괘종시계가 방안에 걸려 있지요.
"막내야! 시계 밥 좀 주거라~~!!" 지금 몇시나 됐니~~??
아버님, 어머님의 음성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리네요.
괘종시계가 태어날때 부터 있었으니 나보다도 나이가 많아 역사가 족히 80년은 되어 보이는데요.
1945년 해방이 되기 전에 아버님, 어머님이 혼인하신 후 신혼때 비싼 돈을 주고 사셨다고 자주 말씀하셨거든요.
늘 애지중지하며 밥상에 앉아서도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단골로 하시는 말씀은 "시계가 우리와 같이 늙어가는구나".
어려웠던 시절이라 당연히 괘종시계는 우리집의 자랑이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보배였습니다.
어릴때의 하루 일과는 늘 시계과 같이 했는데요.
땡, 땡 치는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으며 또 종소리에 맞추어 학교에 갔는데 어떤때는 종소리를 듣지 못해 학교에 늦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계 때문에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요.
시계가 멈춰어 있는지, 시계가 느리게 가는지, 시계추가 좌우로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째깍째깍하는 소리가 잘 들리는지, 똑바로 잘 걸려 있는지 등 자주 쳐다도 보고 귀기울여 듣는 일도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태엽을 감는 일을 밥을 준다고 표현하였으며 내가 늘 당번이었는데
의자 위에 올라가 왼쪽 태엽은 오른쪽으로 감고, 오른쪽 태엽은 왼쪽으로 감았는데 팔이 무척 아팟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간혹 태엽이 풀려 시계가 멈추어 있을때는 제때 밥을 주지못한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괘종시계가 우리집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겠지요.
아버님, 어머님이 늘 아끼셨고 우리집의 보물이었던 괘종시계.
여느 집의 시계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운 시계였다고 자부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요.
오랜 세월동안 우리 집의 활력소이자 사랑과 행복의 상징이었으니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한때 우리집의 자랑거리이기도 했지만 세월이 유수처럼 흐르다 보니 이젠 낡고 먼지 쌓인 골동품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너무 정이 들어서 그런지 가장 우아하고 예쁜 모습으로 보이는건 어쩔수 없는 일.
세월이 흘러 부모님도 모두 작고하셨지만 괘종시계를 볼때마다 어릴때의 추억은 아직도 새록새록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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