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0(화) 오랜만에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의 고성 건봉사, 통일전망대, 화진포에 다녀 왔습니다.
말복 늦더위에, 마눌 생일에, 겸사겸사 피서겸하여 동해안을 선택했는데 평화스러운 동해안이 마침 태풍의 영향권이었음은 까마득하게 몰랐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10일 현재 태풍 9호 '루핏'이 일본과 가까운 동해안을 따라 북상중인데 최대풍속은 18.0m/s이고 시간당 50mm 이상의 비를 뿌린다는 소식.
내륙에서는 그렇게 날씨가 좋았는데 바닷가에 도착해보니 하늘은 먹구름이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파도는 거세게 몰아쳐 해변은 물론이고 해안도로도 대부분 통제상태더군요.
이렇게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는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최북단 고성땅에서 첫번째로 방문한 곳은 고찰 건봉사.
신라때 창건된 후 한때 642칸이나 되어 전국 4대 사찰중 하나였던 건봉사는 6.25 사변때 모두 소실된후 대웅전, 적멸보궁 등 전각을 꾸준히 복원해 왔는데 근래 새로이 극락전을 복원하였지만 아직 빈터가 많이 보이네요.
지금의 사세는 예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느낌이나 이만큼이라도 불사를 일으킨 스님들의 노고가 매우 커보였습니다.
건봉사에서 가장 특기할 점은 전란시에도 스님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부도밭만은 옛 모습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으니 그 점이 늘 감동스럽더군요.
강원도 최북단의 통일전망대는 근래 기존의 전망대 옆에 다시 높은 전망대를 세워 분위기를 일신한 모습.
그러나 통일전망대 영역은 최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내외관광객이 끊임없이 방문하는데 주변 환경을 보면 방문객의 눈높이에는 못미치니 관리주체는 좀 더 분발해야 할것 같네요.
지금은 중단상태이지만 언젠가 '고성DMZ평화의길'이 재개되면 금강통문이 있는 휴전선 가까이까지 해안도 걸어 보고 금강산전망대에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화진포는 국내 최대의 석호이고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경관이 매우 뛰어난 곳이지요.
일제때에는 화진포의 수려한 경관에 반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별장을 지어놓고 피서를 했는데 해방후에는 38선 이북 땅이 되어 1948년 부터 2년간 김일성이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1910년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이승만은 선교사를 만나러 화진포에 갔다가 풍광에 반한 적이 있었다는데 6.25 사변후 화진포를 되찾자 선교사 집이 있던 터에 별장을 짓고 낚시를 즐겼다고 합니다.
어렸을때만 해도 준전시 상황이고 통행도 자유롭지 못하여 늘 신비스럽기만 하던 화진포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편헤지고 자유롭게 다닐수 있으니 참으로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입니다.
조만간 다시 방문하여 텐트에서 야영하며 아름다운 화진포의 자연환경을 즐기고자 합니다.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의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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