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묘(元嬪墓)가 있었던 성북구 안암동의 고려대 자연대캠퍼스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자연대캠퍼스를 찾았습니다.

 

고려대 자연대캠퍼스가 있는 자리는 원래 정조의 간택후궁인 원빈 홍씨(元嬪 洪氏)의 묘가 있던 곳입니다.

학교의 중앙부에는 '애기릉'이라고 부르는 작은 동산이 있는데요.

작은 동산은 묘의 뒷편에 있는 주산(主山)인데 북쪽의 안암산에서 뻗은 능선이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봉긋 솟은 모양이 무척 신기하기도 하며 길지로 여겨집니다.

원빈묘는 동산 바로 앞에 남향으로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묘역이 다소 넓게 남아 있었는데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묘역을 잠식하여 지금은 동산만 남아 있는 상태이지요.

원빈 홍씨(1766~1779)는 당대의 세도가인 홍국영의 누이동생으로 불과 13살의 나이에 빈으로 간택되었는데 조선 역사상 삼간택과 가례의 절차를 거쳐 처음으로 빈으로 입궁한 최초의 후궁이라고 합니다.

홍씨는 불과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후궁임에도 파격적으로 묘를 인명원(仁明園)으로 하였습니다.

'원(園)'은 세자와 세자빈, 왕을 낳은 후궁에 한해 붙여졌으니 원빈홍씨의 경우, 애초에 원이 될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대 권세를 휘두르던 홍국영이 있었기에 인명원이 된것이지요.

홍국영이 실각되자 인명원은 계속 문제제기가 되어 오다가 원빈묘로 격하되게 됩니다.

결국 원으로 조성된 정자각, 홍살문은 훼철되고 석양, 석호 등 석물을 없애고 비석 역시 고쳐서 세웠다고 하네요.

원빈묘는 1950년 서삼릉 후궁묘역으로 옮겨졌으며 그 이후 고려대 자연캠퍼스가 들어선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빈 홍씨는 2021년 MBC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하는등 가끔 TV에서 볼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과 원에서 묘로 격하되었다가 또 이장되는 시련이 계속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뭉쿨하게 합니다.

 

참고로 조선 제22대 정조의 여인들을 알아 볼까요?

효의왕후 김씨(1753~1821) - 정비이나 슬하에 소생은 없으며 화성 건릉에 정조와 합장.

첫번째 후궁은 원빈 홍씨(1766~1779)

두번째 후궁은 화빈 윤씨(1765~1824) - 원빈 홍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후궁으로 간택되었으나 슬하에 자식은 없으며 서삼릉 후궁묘역에 안장.

세번째 후궁은 의빈 성씨(1753~1786) - 정조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여인으로 문효세자를 낳았으나 5살때 홍역으로 요절.

처음에 용산구 효창동의 문효세자의 효창원 곁에 묘를 썼으나 1940년 서삼릉 후궁묘역으로 이장됨.

네번째 후궁은 수빈 박씨(1770~1822) - 순조의 생모이며 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예절바른 여인으로 일컬어졌으며 원은 남양주 진접에 있는 휘경원.

 

 

 

원빈 묘터를 보기 위해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자연캠퍼스를 찾았습니다.

 

 

학교 중앙부에 있는 작은 동산이 애기릉이라고 불리는 원빈 홍씨의 묘터!

14살의 어린 나이에 요절하여 애기릉이라는 별칭이 붙었으니 참으로 애달프기가 한이 없네요.

 

 

전체적으로 구릉지에 자리했던 정확한 묘터는 작은 동산의 앞쪽인 현재의 주차장으로 추정됩니다.

한눈에 봐도 남향에 배산임수의 길지로 생각되네요.

 

 

몇년전의 항공사진인데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현재는 주차장 조성공사로 묘역이 많이 축소된 상태.

애기릉 남쪽의 없어진 터가 옛날 원빈 묘역이 있던 곳으로 추정됩니다.

 

 

봉긋 솟은 작은 동산은 바위투성이기 때문에 이곳에 묘가 있을수 없는 실정이고 묘의 뒷산이 되었을듯.

 

 

애기릉이라고 불리는 동산은 학교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상태.

 

 

동산의 동쪽에 세워진 원빈묘 터 표석.

원래 인명원터 표석이 있었으나 근래 원빈묘터로 고쳐 세웠다고 합니다.

 

 

원빈묘터 표석 내용.

원빈묘에 대해 간략하고 함축성있게 잘 설명하고 있어 표석의 귀감이 될듯하네요.ㅎㅎ

 

 

원빈묘터를 답사하려니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과 원에서 묘로 격하되었다가 또 이장되는 시련이 계속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뭉쿨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