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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삼남길(1) --- 제1길 한양관문길(남태령~인덕원 옛터)을 걷다.강바람의 둘레길,옛길 걷기 2019. 9. 14. 22:19
2019.9/14(토) 경기 옛길 삼남길 제1길 한양관문길을 걸었습니다.
삼남길은 옛날 전라, 경상, 충청 등 삼남(三南)에서 남태령을 통해 한양으로 통하던 길.
이 길은 민초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분주히 오갔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는 관문이었으며, 정조가 지극한 효성으로 화성의 현릉원 릉행차시 이용하던 길이었지요.
정조는 1790년부터 1799년까지 11차례에 걸친 릉행차중 6차례는 남태령, 인덕원 옛길을 이용했으며 나머지 5차례는 시흥 옛 길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특히 1793년 1월에는 인덕원 들녁을 지나며 친히 어가에서 내려 인근의 마을노인들을 접견하고 위로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795년(정조 19) 안양천에 만안교를 가설하고 시흥길을 확장하면서 남태령, 인덕원길에서 시흥, 안양, 수원길로 릉행차길을 바꾸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며 점차 도시화되면서 옛길의 상당부분이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현재 정비하여 개통한 삼남길에서 경기도 구간은 모두 10길로 나누어져 있으며 총 연장은 91.1 km.
오늘은 첫날이라 남태령에서 과천을 경유, 인덕원까지 제1길 한양관문길 8.7km를 걸었는데 일기가 고르지않아 실적으로 치면 좀 저조하네요.ㅎㅎ
삼남길을 걸으려니 재미가 솔솔, 눈도 마음도 상쾌합니다.
옛길을 걷는건 좀 지루할것 같지만 걸음을 옮기면서 당시의 역사문화를 접하고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 너무나 뜻깊고 유익한것 같습니다.
참으로 걷는 일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고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약이 아닐까요?
익숙한 빠름보다는 천천히 걷는 느림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은 하루였습니다.
* 비장한 각오로 남태령 고개에 섰습니다.
"삼남길을 반드시 완주한다, 약속~~!"
* 서울과 경기도 과천의 경계로서 삼남길의 시작점인 남태령 옛길.
* 첫날 목표는 약소하지만 제1길 8.7km.
남쪽으로 남쪽으로 머나먼 삼남길을 걷는 첫 걸음에 의미를 두어야할것 같습니다.ㅎㅎ
* 일행은 친구 2명 포함하여 모두 3명.
* 삼남길 경기 구간의 주요 코스를 확인한 후,
* 비치된 지도를 받아 대망의 첫 스탬프 날인!
전 구간에서 모두 15군데의 인증 스탬프 날인을 해야 합니다.
* 남태령 옛 길을 걸어 내려가면,
* 곧이어 과천시가 보이는 관문사거리.
* 도로(과천대로)를 건너 용마골로!
지루한 도로보다는 산길을 걷게 하려는 배려겠지요.
* 잠시 깊은 산자락을 걷자니,
* 삼남길을 알려주는 안내리본.
* 과천둘레길이기도 한 산언덕을 넘어 내려가니,
* 관문체육공원 앞 도로.
* 과천성당 앞을 지나니,
* 600년된 은행나무가 맞이해주는 유서 깊은 온온사(穩穩舍)에 도착!
반가워요, 관악산을 오르내리며 근방으로 여러번 다녔어도 온온사는 처음이네요.ㅎㅎ
* 역대 과천현감의 선정비들.
* 온온사는 원래 조선시대 과천현의 객사(客舍).
객사란 대궐을 향해 예를 올리고 외부에서 온 관리가 숙박하는 장소인데 과천객사는 왕들이 지방으로 거동할때 종종 행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네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수원 화성의 현륭원을 참배하러 갈때는 노량진, 남태령을 거쳐 출발 당일 저녁때 이곳 온온사에서 묵었는데
온온사에서 묵은 잠자리가 무척 편안하고 좋았다는 뜻으로 친필로 '穩穩舍'란 사호(舍號)를 남겼다고 하여 더욱 유명합니다.
* 정조의 친필인 온온사(穩穩舍) 현액.
온자가 겹치다보니 저렇게 표현했네요.
* 온온사는 일제때에는 과천면사무소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원래 위치는 아랫편 과천초교 자리로 추정하며 일제때 대부분 훼손되어 지금의 건물은 1986년에 승주 낙안객사의 모양을 참고하여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 우중이라 관악산 연주대가 희미하게 보이네요.
날씨만 좋았으면 더 많은 문화유산을 세세히 살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ㅎㅎ
* 삼남길이야기 1-2는 관악산 연주대 이야기.
주요 길목마다 안내판이 있어 옛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 온온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과천향교(果川鄕校).
조선시대때 과천이 현(縣)이었기에 국립학교 수준의 향교가 있었나 봅니다.
* 사진은 과천향교의 명륜당. 그리고 뒷편에는 대성전.
과천 관아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대부분 소멸되었고 온온사와 과천향교만 남아 있으니 다소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 정부종합청사 앞을 지나,
* 보슬비를 맞으며 인덕원을 향해 인도를 걸어 갑니다.
* 이곳은 정조와 관련된 유명한 가자우물이 있는 과천시 갈현2동.
* 그런데 마을 입구에는 과천이 고향인 줄타기의 명인 김영철(金永哲 1920~1988)선생의 기념비가 있네요.
줄타기의 맥은 김관보 - 김영철 - 김대균으로 이어지니 우리가 잘 가꾸어야 할 소중한 전통문화입니다.
* 가자(加資)우물 혹은 찬우물 모습 - 과천시 갈현2동 7-2.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침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이 우물물을 마시고 물맛이 매우 좋다고 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조는 이 우물에 가자당상(加資堂上, 정3품 이상 풍계)를 제수하였으며 그 이후로 이 우물은 가자우물로 불리어졌고, 물맛이 좋고 차다고 하여 '찬우물'로 불리우기도.
걷지않으면 보고 음미할수 없는 싱그러운 역사문화네요. 감사합니다.
* 한편 가자우물 인근에는 김약로(金若魯)의 묘가 있었습니다.
우의정, 좌의정을 지냈던 김약로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히 관여했던 김상로의 형으로 ,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그의 관작을 추탈하기도 했는데요.
김약로의 묘가 부친 사도세자의 릉행차길 옆에 있었으니 정조는 이곳을 지날때마다 보기 싫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지나갔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ㅎㅎ
* 비를 맞으며 과천에서 인덕원 방향으로 작은 고개(찬우물고개)를 올라 갑니다.
이 고개가 양재천, 안양천으로 흐르는 물의 분수령 같네요.
* 현재 개발을 앞두고 있는 과천시 갈현동.
잘 보존되던 그린벨트가 점차 사라지니 후세들 볼 면목이 없게 되었습니다. 흑흑!
* 놀랍게도 앞에 보이는 낯선 구조물은 지난해 개통된 제2경인고속도로.
이쪽 방향으론 올 일이 없으니 비약적인 발전상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네요.
* 첫날부터 비를 맞고 있으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ㅎㅎ
* 드디어 옛부터 교통요지인 안양시 인덕원사거리에 도착!
이곳은 조선시대때 한양에서 환관(내시)들이 내려와 살면서 많은 정을 베풀어 인덕이라고 했고, 관영 숙박시설이 있어 인덕원(仁德院)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정조의 화성 현륭원 릉행차시 인덕원을 6차례나 지나갔다고 하니 무척 유서 깊은 동네입니다.
* 장장 4시간만에 9.7km를 걸어 인덕원 옛터 비석에서 스탬프를 날인하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
* 그런데 첫날, 어이없는 작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남태령에서 지도에 스탬프 날인한후 잉크가 번질까봐 배낭 옆구리에 살짝 넣고 다니다가 어디선가 떨어뜨린 겁니다.
온온사에서 잊어버린걸 발견하여 새 지도에 다시 날인을 했는데요.
다음 걸을때 잠시 시간을 내어 다시 남태령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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